"마침내 올 것이 왔다"
중견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인 KAT시스템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ERP업체 관계자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소리다. KAT시스템은 유명 바둑기사 조훈현씨를 모델로 내세워 TV광고까지 내보내 일반인에게도 어느정도 알려진 회사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외양 뒤편에는 부실이 감춰져 있었다. KAT 국오선 사장은 "10개월 동안 직원들의 임금을 주지 못했고, 100여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을 길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KAT가 수렁에 빠지게 된데는 산업자원부의 `중소기업 IT화 사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직원 40여명에 불과하던 KAT는 중기 IT화 사업이 시작된 첫 해 약 300개 기업의 ERP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정부 지원사업에 기대를 걸고 차입을 마다하지 않았고, 영업인력을 늘리기 위해 하나둘씩 뽑다보니 한때 직원수가 200여명을 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저가수주를 통해 단기간에 고객수를 대거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가수주에다 능력 이상으로 고객을 늘리다보니 사후지원이 소홀할 뿐아니라 그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인해 재정상태까지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결국 손을 든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KAT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ERP 업체 대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KAT의 법정관리 신청은 정부 지원사업에 의존해온 부실 ERP업체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고 말했다.
실제 정부 지원사업 의존도가 큰 ERP업체 중 상당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중기 IT화 사업의 부작용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현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KAT 사태가 전 ERP 업계로 확대되지 않도록 파장을 최소화하는 일일 것이다. 산자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 ERP협의회 등은 중기 IT화 사업 수행업체의 파산으로 고객사가 사후지원이나 업그레이드에서 선의의 피해를 보는데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KAT 사례를 거울삼아 향후 중기 IT화 사업에서는 부실기업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