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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활용현장] 중소기업용 ERP - 휴맥스, 크린앤사이언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재무담당자 A씨는 신임 부서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회사 전반의 재무상황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가 부채와 수익 등 항목별 통계와 지방 공장과 해외 영업법인 등 지사별 통계를 종합하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될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설문조사한 결과 채권과 채무현황을 파악하는 데만 평균 3.5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을 파악하는 데도 평균 10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제품 라인을 경쟁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정보화 현주소가 어느정도인지 보여줌으로써 업무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IT 시스템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펼치고 있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다. 열악한 중소기업에 ERP를 확대 보급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가운데 이미 적극적으로 ERP 도입을 추진,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회사들이 있어 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있다.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2002년, 산업용 여과지 생산업체인 크린앤사이언스는 2001년 각각 ERP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있다.

지난 88년 건인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휴맥스는 94년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생산을 시작으로 디지털 가전 시장에 진출했다. 96년에는 수출 2억불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3576억원에 순이익 803억원을 기록해 중견 디지털 방송용 장비 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휴맥스의 전세계 판매법인은 영국, 독일, 중동, 미주, 일본, 인도 등 모두 6개. 생산공장만도 3개에 이른다. 유럽 셋톱박스 시장에서는 필립스, 소니 등 유수 가전업체를 제치고 자체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휴맥스가 ERP 도입을 검토한 것은 지난 2002년 6월이다. 당시 휴맥스는 제품별, 거래처별 정확한 원가관리가 안됐고 전략적 의사결정의 지원 자료나 생산성 분석이 불가능해 시스템 개선 여부를 검토해 왔다. 관리회계 부문이 취약하고 휴맥스 본사와 6개 해외 법인을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없었던 것도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시급해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변대규 사장은 “당시는 셋톱박스 시장의 침체가 지속돼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였다”며 “단기적으로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통해 미국·유럽 방송사 등 직구매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ERP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기 전략 수립에 큰 도움
ERP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2년 7월이다. 휴맥스는 별도의 전문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구매·자재, 생산관리, 품질관리, 판매·출하, R&D 등 총 5개 적용 업무 범위별로 ERP 전문 모듈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휴맥스 자체 인원과 컨설턴트, 개발자 등 총 25명이 6개월간 투입돼, 3개 생산공장과 6개 해외판매법인 등 휴맥스 전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RP 도입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나타낸 부문은 재무회계 분야였다. 휴맥스 시스템 파트 전병기 차장은 “도입전 8일 걸리던 재무 결산이 5일로 단축됐다”며 “각 해외 법인의 재무정보를 집계해야 하고 특히 일본 법인의 경우 영업 특성상 수작업으로 회계처리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재무 결산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와 해외 법인이 통합 시스템을 사용해 해외법인과 본사간 연결 결산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향상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관리회계 분야에서도 기존 재무결산 후 5일이 소요되던 관리결산 일정이 2일로 단축됐다. 제품별, 고객별, 시장별 손익분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낼 수 있어 장기적인 경영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외주 생산을 도입해 제조원가 구조를 단순화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구매·자재 파트의 변화도 있었다. 생산계획과 발주까지의 구매 업무 체계가 정립돼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6개 판매법인과 3개 생산법인에 대한 재고 흐름과 수량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최근식 부사장은 “물류와 회계를 통합해 신속하게 매출을 마감하고 표준적인 가격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다양한 제품군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했다.

영업·출하시 본사와 법인이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해 관련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될 수 있는 것도 ERP 도입후 변화된 것이다. 본사와 법인의 재고, 주문, 출하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림 1> 휴맥스 ERP 시스템의 구성도

도입 후 관리·개선이 더 중요
통합 ERP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한지 이제 8개월. 전병기 차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며 “다른 기업의 경우 ERP 시스템을 구축한 후 1년 6개월간 지속적으로 개선해 본사 및 해외법인간 재무결산과 연결결산 시간을 더욱 단축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휴맥스는 지난 3월과 5월 담당 실무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ERP 시스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현재 ERP 시스템의 상태와 개선점을 점검했다. 지난 10월 20일 CEO에게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휴맥스의 ERP 활용도를 나타내는 업무 성숙도 수준(Maturity Level)은 평균 3.9로 조사됐다. ERP를 도입해 잘 활용하는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4이상으로 나타난다.



<그림 2> 휴맥스의 ERP 활용도를 보여주는 업무 성숙도 수준

보고서는 휴맥스의 시스템이 현재 사업규모에 맞춰 잘 구축됐으나 향후 신규 사업 진출에 따라 제품이 다양화되고 사업규모가 확대될 때를 대비해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메일, 유선 등 의사결정 수단이 효율적이고 결정과정도 빠르지만 향후 사업규모 확대를 고려해 업무 프로세스를 명문화하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라고 권고했다.

사업 분야의 특성상 제품 주기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재고를 감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현재 ERP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향후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병기 차장은 “이번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을 유지·보수해 전체 ERP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여 갈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이미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에게 있어 ERP 패키지를 도입하는 것은 잠재적인 변수 때문에 불확실한 모험이 되기 쉽다. ERP ASP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인데다, 정부주도로 실시되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도 극심한 저가 경쟁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전 차장은 “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이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ERP 도입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바라는 것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를 가능케 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3년 설립된 크린앤사이언스는 전형적인 중소 제조업체로, 자동차 및 산업용 여과지와 공조용 여과소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12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서울 삼성동 본사에 직원 23명, 전북 정읍 공장에 65명의 직원이 근무중인 크린앤사이언스는 2002년 233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올렸다. 국내 자동차용 여과지 시장의 47%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시장 과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의 31%는 동남아, 남미,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그렇듯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에는 '정보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본사 직원들의 책상에 놓인 데스크톱은 오피스 프로그램만 돌리는 수준이었다.

부분적으로 사용해온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회계팀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거래중인 물류회사에서 제공한 물류 패키지가 전부였다. 그나마 서로 연계가 되지 않아 물류현황과 회계를 연동한 고급 경영지원 정보 도출은 거의 불가능했다.

답은 ERP…방법론은?
회사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해외 진출 등으로 관리해야 할 자원도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보다 체계화된 자원관리 필요성을 절감한 회사는 2001년 초 ERP를 도입키로 내부 의사결정을 마치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크린앤사이언스가 ERP를 도입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별개로 운영되는 각 애플리케이션의 통합 ▲본사-공장간 관리 이중화 해소 및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공유 ▲정확한 의사결정 자료 지원 ▲전사적 자원현황에 대한 실시간 관리체계 구축 ▲정확한 원가관리 등이다.

전산화 결정 이후 회사에서 고민한 것은 구축 방법론이다. 중소기업용이라고 시중에 나온 패키지를 구입해 자체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거쳐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아 활용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검토끝에 최종 선택한 방법은 ASP. 프로젝트 실무를 담당한 크린앤사이언스 어지영 팀장은 "모험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우리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는 초기 투자비용, 사후 운영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ASP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2001년 7월부터 8월까지 회계·영업 부문에 대해 1차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만으로는 ERP 구축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목표성과를 거둘 수 없었기 때문에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월까지 4개월간 생산·물류를 포함하는 2차 시스템을 확장 구축하게 됐다.

크린앤사이언스는 ERP의 모든 모듈을 한꺼번에 회사업무에 적용시키는 대신 순차적인 도입을 택했다. 처음에는 재무, 회계로 시작해서 인사, 영업관리 모듈 등으로 확대해 나갔고 현재는 전체 ERP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접근방식이다.

올해 초 구축 완료이후 지금까지 ERP 시스템을 사용해온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ASP 업체에 서비스를 의뢰하는 경우도 대부분 데이터 입력 상의 잘못이 원인이고 직접적인 시스템 오류나 장애는 없었다고 어지영 팀장은 전했다.





<그림 3> 크린앤사이언스 ERP 시스템 구성도

크린앤사이언스는 업무 표준화 및 관리수준 향상, 영업관리체계 구축과 업무의 질적개선, 효율적인 생산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ERP 도입의 핵심 효과로 꼽았다.

또 각 실무 담당자의 모든 업무가 시스템에 의거, 표준화 됨으로써 협업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불필요한 중복업무가 제거됨에 따라 생산성과 업무만족도도 높아졌다.

발주-출하-입금으로 이어지는 진도관리와 계획대비 실적관리 등 영업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영업효율성을 높였으며 수주 물량에 대한 신속한 검토 및 처리로 고객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으로 재고파악이 가능해진 점도 중요한 효과다.

어지영 팀장은 "무엇보다 결산시 최대한 직전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최근 정보를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생산, 물류, 회계, 인사 등 각 부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하는게 불가능했지만 ERP 도입 이후 이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시스템 도입 성공 위해선 직원 설득해야
한편 도입이 결정되고 시스템 구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회사가 봉착한 뜻밖의 문제는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다. 급격히 바뀌게 되는 업무환경에 대한 거부감 속에 "오히려 업무량이 늘어나지 않느냐"는 항의도 빗발쳤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확한 자원관리를 위해 업무 행태가 대폭 바뀌는 게 필연적. 이 부분에 대한 반발심이 컸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정보시스템 도입이 결국 직원 개인들에게도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데 전력했다. 또 구축 후 회사는 ERP에 목표관리 모듈을 도입, 연봉산정에 반영하는 등 직원들이 적극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크린앤사이언스는 여러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ERP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원동력으로 무엇보다 CEO의 강력한 의지를 들었다. 경영자에게 전산화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다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 기업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이준항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회사 정보가 외부에서 관리된다는 점 때문에 ASP 방식을 꺼리는 것과 관련, "CEO가 먼저 그러한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회사는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없으며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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